복지부 ‘정신건강시범사업’ 내년까지 유지
독립법인화 등 운영계획 이견 안정성 흔들
시 부서간 업무 핑퐁…성과유지도 못할 판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설립된 광주트라우마센터가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의 시범사업기간 연장으로 운영공백 사태는 피하게 됐지만, 광주시와 센터, 보건복지부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장기 운영계획 수립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광주를 아시아트라우마센터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윤장현 시장의 약속은커녕 자칫 그 동안 센터가 이뤄 놓은 성과조차 유지하지 못할 형편이다.
21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트라우마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정신보건시범사업에 따라 설립된 ‘한시기구’로, 당초 사업기간은 2012년 10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3년이었다.
이후 복지부가 올 연말까지 시범사업기간을 1년 연장한 데 이어 최근 내년 예산확보 방침을 전하면서 한 차례 더 운영기간이 연장됐다.
트라우마센터는 통합정신건강증진센터와 함께 복지부가 시행 중인 정신보건시범사업의 틀 안에 속한 세부사업으로, 복지부가 사업기간을 두 차례 연장하면서 한시기구인 센터의 수명도 땜질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신보건사업의 한 해 예산은 93억원으로 복지부와 광주시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광주시의 장기 운영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범사업 종료 후 트라우마센터 존폐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핵심은 센터의 독립법인화로, 시는 시범사업 종료 후에도 센터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고,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해 지난 3월 전담반(TF)까지 구성했다. 하지만 지속사업 여부와 독립법인화 등을 둔 복지부, 광주시, 센터 측 이견으로 지금껏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5·18대상자에 국한된 센터 이용자를 경찰과 소방을 비롯한 전체시민을 대상으로 사업내용을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센터측은 5·18이라는 ‘광주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애초 계획을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센터측은 특히 5·18 생존자와 가족들이 소위 억압의 대상이었던 경찰 등과 함께 치유서비스를 받는 것은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고, 강운태 전 시장 재임당시 이같은 내용을 확약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광주시의 의지는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직영 연장결정 이후 기존 센터 근로자들을 1년짜리 기간제근로자 신분으로 재계약한 사례가 단적인 예다. 통상 트라우마 환자 1명의 치료에 수년이 소요되는데 치료사들의 신분이 불안정해 중장기 치료사업을 기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사업지원 주체를 놓고 부서간 책임소재를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광경마저 이어지면서 광주시의 지원의지가 생색내기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시 복지건강국은 센터에서 치료 중인 피해자 대다수가 보훈처의 보훈대상자나 행정자치부의 재난피해 보상대상자와 겹치는 만큼 인권평화협력관실이 중심이 돼 국비확보 등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권평화협력관실은 국가폭력과 일반 트라우마까지 다뤄야 하는 만큼 복지건강국의 업무라며 미루고 있다.
앞서 윤장현 시장은 지난해 취임사를 통해 광주트라우마센터를 국내와 아시아를 아우르는 트라우마센터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트라우마센터의 장기 운영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11월께 마무리되는 만큼 독립법인화 여부와 효과 등 센터 활성화 방안을 도출해 낼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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