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덕 진
광주교대 교수



영화 ‘명량’이 개봉되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420여년전,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임진왜란 때에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열세의 우리 수군이 해남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에서 거대 일본 수군을 대파한 명량 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임진왜란이란 어떤 전쟁인가? 7년간 우리 국토를 유린하여 전무후무한 참화를 낸 전쟁이다.
우리는 이 참혹한 전쟁을 극복했다. 전쟁의 극복은 전라도 수군이 처음 출전하여 거둔 한산도 대첩에서 시작되어 전라도 사람들이 혼연일체로 싸운 명량 해전으로 마무리되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런 의미 있는 역사를 다룬 영화가 바로 ‘명량’인 것이다.

영화에서 해답을 찾는다

처음부터 선풍적 바람을 일으키더니, 마침내 개봉 12일 만에 1천만 관객 수를 달성했다. 한국 영화사상 최단기간에 달성한 기록이라고 한다. 관련 유적지와 서적이 인기라고 보도된다. 나라가 온통 ‘난리’다. 안보면 큰 일 날 것 같다. 대통령까지 관람에 나섰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떤 기록을 낼지 모른다고 하니 그저 흥분된다. 생동감 넘치는 장면이나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를 보니 우리 영화 수준에 대한 자부심도 스며온다. 영화의 무대가 전라도 땅이어서 자긍심도 차오른다.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우선 현재의 무능한 정치판이나 어지러운 나라꼴이 지적되고 있다. 이해가 간다. 오죽 답답하면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릴까 말이다. 해답은 선거에 있고 여론에 있는데, 그 어떤 것을 해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깊은 수렁으로 빠져만 가고 있다.
또 다른 인기의 원동력은 충무공 이순신의 용기와 신념 및 지도력에 있다고 한다. 좌표를 잃은 국정 상황을 저변에 깔고 내린 분석임에 틀림없다. 정말 시원한 지도자가 강림하기를 바라는 심리적 대안이라는 말로 해석된다. 어떻게 보면 이 측면이 강한가 모르겠다.
영화 대본대로 12척의 배로 3백척 이상을 이겨냈으니, 이순신의 리더십에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이순신은 대단한 인물이다. 그래서 각계각층에서 이순신 마케팅에 열을 올릴 기세라고 한다. 그런데 왠지 가슴 한 쪽에서는 씁쓸한 생각이 떠오른다. 명량 해전의 공적이 죄다 이순신 장군에게만 돌아가고 빈껍데기만 지역민들에게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순신의 승리 이면에는 지역민들의 동참과 협조가 지대했다. 빈 손잡이 이순신이 무슨 재주로 일본군을 물리쳤을까를 생각하면 얼론 이해가 간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진도 벽파진에 오래 머물렀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지형지물을 습득하고 전력을 증강한 후 명량으로 일본군을 유인했기 때문이다.
또 본대의 뒤에서 얼씬거리는 피란민 선박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인근에서 모여든 그들은 상대 일본군에게 대군이 이순신 배후를 받치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제공하여 공격 의지를 꺽어 버렸다.
그리고 울돌목 양쪽에서 서성거린 해남과 진도의 주민들, 그리고 가족 단위나 마을 단위의 의병들도 일본군의 전투 의지를 잠재우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진도 사람들은 난파되어 썰물로 떠내려가는 일본군 시신을 수습하여 왜덕산이라는 곳에 묻어 주어 인류애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순신 도운 진도 사람들

결국 해남과 진도 및 인근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열세에 처해 있는 이순신 함대에 선박, 식량, 무기, 병력 등을 제공하여 전력을 보강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이것이 없었다면 이순신의 명량 해전 승리는 존재할 수 없다. 세월호가 좌초되자 선장은 승객을 놔두고 가장 먼저 도망갔지만, 진도 사람들은 생업을 제쳐두고 구조에 나섰다. 진도 어민들이 없었다면을 상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려 한다.